한국 드라마 시리즈의 문제적인 현실 

재벌집 막내아들부터 김부장까지


최근 한국 드라마를 비롯한 각종 시리즈에서는 시청자 사이에 위기감이 대두되고 있다.

위기감의 정체는 다름아닌 '원작 훼손'이라는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에 무슨 원작이 있다고 이러한 내용이 화제가 되는 것일까?


한국 드라마 제작의 역사 - 1960년대부터 자리잡은 드라마

최근 한국에서 제작되는 드라마와 영화는 전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1990년대 말 스크린 쿼터제를 통해 한국 콘텐츠를 견인했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한국에서 제작된 드라마는 넷플릭스로 배급되어 전세계 히트를 하고 있고,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소재 역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 드라마가 이런 날을 맞이하기 까지는 지난한 과거가 있었다.

한국의 TV드라마는 사실상 연극무대를 카메라로 찍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녹화가 없는 생방송의 형태였다. 1956년과 57년부터 '천국의 문', '사형수' 등의 15분짜리 단막극이 나오기 시작하였고, 1960년대에 이르러서야 녹화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녹화도 '편집'은 불가능하여 무조건 원테이크로 진행되었다고 하니, 배우들의 피로감은 더더욱 컸을 것이다.

드라마는 정치적 프로파간다로 활용되기도 하였고, 전후 광고시간을 이용한 기업들의 홍보무대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드라마는 점차 자리를 잡으면서 성장하였다.

1980년대부터는 3S 정책으로 인해 스토리의 수위가 조금씩 개방되기 시작하였고, 민주화 이후에는 시청률 경쟁이 격화되면서 더 자극적이면서 높은 제작비의 투입이 진행되었다.


2000년대 - 경쟁의 심화

시청률 경쟁의 심화는 몇 가지의 방안을 만들어냈다. 먼저 소위 말하는 '막장 스토리'를 대거 양산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시청률이 확보되는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 결국 돈이었기 때문에, 이를 위해 수 많은 배우들과 작가들이 갈려나가가 시작했다.

또한 고퀄리티의 해외 드라마와 같은 작품에 대항하기 위해 높은 제작비를 투입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드라마의 제작 현실상 높은 제작비의 투입이 작품의 성장으로 연결되진 않았다.

주로 방송국의 제작팀이 드라마를 직접 제작하였기 때문에, 최소 8화 정도의 미니시리즈에서 길면 24화 정도로 만들어지는 TV드라마의 특성 상, 1회당 제작비는 1억 원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드라마는 또 다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바로 PPL과 외주제작의 시대다.

방송국은 그 이전까지 드라마 전후의 광고비만을 받았지만, 중간광고를 삽입하면서 약간의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제작비용을 직접 지원받고자 광고제품을 드라마 상에 노출시키는 PPL이라는 수단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방송사에서 직접 제작하는 드라마의 숫자는 줄여나가고, 전문 제작사로 드라마 제작을 위탁하고 송출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기 시작하였다.

이로 인해 2000년대 이후 한국 드라마는 바로 송출할 수 있는 자극적인 스토리와 뜬금없는 PPL이 등장하는 혼종이 되기 시작하였다.


2020년대 - 넷플릭스가 판을 바꾼다

2010년대부터 한국 드라마 계에서는 뻔한 스토리와 PPL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었다. 스토리의 개연성을 떨어지게 만드는 PPL로 인해 스토리는 더욱 나락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가 근본적으로 '제작비'라는 한계에서 비롯된 거라 이를 깰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전무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직접 진출하기 전까지는.

넷플릭스는 자신들의 사업모델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핵심에 오리지널 컨텐츠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깨닫고 콘텐츠에 엄청난 투자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때 넷플릭스는 한국 드라마 시장을 발견하게 되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의 제작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봉준호 감독 뒤에 있는 한국 드라마 시장이 생각보다 매력적이란 사실을 보았던 것이다.

정확하게 '매력적'이라는 것은 가격 측면이다. 헐리웃의 제작비에 비해 겨우 1/10에서 1/100 수준이지만, 꾸준한 시청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베팅을 시작한 것이다.


이제 다시 '원작은 어디에?'

넷플릭스와 같은 자본이 침투하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모든 제작사들은 혈안이 되기 시작하였다. 드라마를 위한 스토리를 찾아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오리지널 스토리가 제작비만 많다고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수 많은 작품들이 화려한 캐스팅과 효과에도 불구하고 실패하였고 사라졌다.

그래서 제작사들 역시 또 다른 '안전망'을 찾기 시작했다. 수 많은 독자들이 미리 검증한 '웹툰'과 같은 웹콘텐츠를 드라마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상 웹툰은 스토리보드까지 제작된 상태라 할 수 있다. 이 상태에서 캐스팅과 연출만 진행한 뒤, 방영한다면 기존 웹툰의 팬들은 물론 드라마 팬까지 보는 작품이 되는 것이다.

웹툰의 드라마화는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오히려 원작보다 더 큰 인기를 끌기도 하였다. 김태호 작가의 '미생'이나 '파인', 그리고 '내부자들'과 같은 작품은 메가히트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여기서 또 다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바로 웹소설이 원작이었던 '재벌집 막내아들' 부터다. 이 논란은 '전지적 독자시점'과 '김부장'까지 이어지고 있다.

웹소설과 웹툰은 모두 각자 매체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바로 TV 시리즈와 같은 영상물로 제작하기는 어려운게 사실이다. 그래서 적당한 가감은 필수적이고, 이에 따른 편집은 필요하다.

만화로 시작했지만, 같은 듯 다른 작품을 만들게 된 허영만 작가의 '타짜'와 같은 절묘한 줄타기가 필요한 영역이다. 원작의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시청자들에게도 과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