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공매도에 모든 것을 건 사람들의 이야기

금융과 관련된 영화들은 일반적으로 난해하다. 세계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모여서 다른 이들이 쉽게 알아보지 못하도록 만든 금융상품들을 가지고 사고를 치는 곳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욕망이라는 인간의 본성을 가지고 똑같이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그걸 아닌척 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스토리가 어렵다. 빅쇼트는 2008년 금융위기의 스토리를 다큐멘터리처럼 진행하면서도 코믹하게 전달하는 영화다. 특히 금융위기에 대해 쉽게 전달하는데, 2008년 사건이 터지고서 몇 년에 걸쳐서야 이 정도로 전달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Short는 금융시장에서 '매도'를 하는 포지션을 말한다. 현재 가격이 고점이라고 생각하고, 이 가격에 '판매'를 해버리는 것이다. (이와 반대인 '매수'하는 포시션은 Long이라고 한다.) 그래서 제목인 the big short는 '거대한 공매도'라는 뜻이다. 2008년 문제를 일으켰던 모기지 채권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다 팔아버리는' 전략을 취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홀로 버티는 외로운 사람들

2008년 문제가 되었던 MBS는 채권상품의 신세계였다. 일반 사람들이 집을 사는데 사용한 '주택담보대출'을 여러 개로 쪼개서, 거래하는 채권이었다. MBS를 발행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부실한 채권과 건실한 채권을 섞어서 발행하기 때문에 '팔리지 않았을 채권'도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 MBS를 구입하는 투자자들은 일부 채권이 채무불이행이 되더라도, 건실한 채권들이 있기 때문에 대세에 지장은 없었다.

이 채권 배합의 비율이 정상적인 수준이었다면, 리스크는 낮고 수익률은 유지되는 기적의 상품이 계속 판매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섞여있는 낮은 신용등급의 대출들이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냥 전체로 다 섞여있을 때는 보이지 않았지만, 빈틈이 점차 생겨나기 시작한다. 섞여있는 낮은 등급 대출들은 또 묶어서 한 덩어리로 다른 상품을 또 만들어버린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보니, 안전한 상품이라고 생각되었던 MBS가 사실상 쓰레기가 되고 있지만 월스트리트의 모든 사람들이 "MBS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미국이 붕괴하는 것"이라 이야기만 하면서 무시하고 있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마이클 버리(크리스찬 베일 배우), 마크 바움(스티브 카렐 배우), 제라드 베넷(라이언 고슬링 배우), 벤 리커트(브래드 피트 배우) 등 각각의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상황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문제를 파악하고 대비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들이 가는 길은 너무나도 험난하다. 왜냐하면, 이들이 문제라고 파악하는 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영화에서 각각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물이 다 빠지고 나니 누가 다 벗고 헤엄치고 있는지 보인다.

2008년 금융위기는 그렇게 갑자기 찾아온다. 주택대출을 갚을 수 없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집을 팔려는 사람들이 슬슬 늘어나기 시작한다. 집 값이 오르지 않는다면, 각각의 사람들이 받은 대출이 모두 쓰레기가 되어버리고, 부도가 난다. 결국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주인공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공매도를 시작한다. 직접 공매도 상품을 만들어서 사는 경우도 있고, 은행 측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사들이기도 한다. ISDA 자격을 이용하여 공매도 트레이딩에 뛰어들기도 한다. 그렇게 자신들의 포지션을 구축하고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근데 여기서부터 가장 답답한 순간이 펼쳐진다. 소수의 현자들이 준비를 모두 했지만, '아니'라고 외쳤던 모두가 자리를 지키며 앉아있기 때문이다.

워렌 버핏의 말처럼 물이 빠지면 누가 다 벗고 헤엄치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 도래했지만, 다 벗고 헤엄치는 애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놀고 있는 꼴이다. 왜냐하면 이 문제가 되는 채권/증권의 신용도를 매겨주는 신용평가사들 까지도 한통 속이기 때문이다. 은행이 가져온 채권에 AAA 등급을 주지 않으면, 다른 평가사로 달려가는 상황에서 불안한 모래성은 계속 높아지고 있었다. 그 모래성을 무너뜨리는 마지막 한 알의 모래를 기다리는 과정이 너무나도 괴롭다. 소위 말하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Moral Hazard)'에 따른 책임 전가 때문에 그 버블이 더욱 커져버리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미국의 멸망에 돈을 건 승부

마지막으로 커진 버블에 주인공들은 더욱 크게 베팅한다. 그들은 더 이상 물러설 데도 없고, 이게 버블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각의 주인공들이 만나는 업계의 사람들은 자신의 안위에만 신경쓸 뿐, 아무런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사실 생각이 없다기 보단, 자신의 욕망으로만 계산하다 보니 그 이상을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던 것이다.

영화의 막판에 결국 우려하던 일이 터진다. 주인공들이 승리, 그리고 미국의 멸망. 물론 알다시피, 멸망은 하지 않았다. 수 많은 사람들이 괴로운 시간을 보냈고, 금융시장의 욕심쟁이들이 설계한 탐욕의 상품에서 시작된 오류를 일반인들이 나누어서 갚아나갔다.

영화의 주인공들이 승리하는 동안, 그들에게 공매도를 판매했던 은행 관계자들은 모두 어떻게 되었을까? 처벌을 받거나 한 사람도 거의 없다. 이들은 미국 공적자금을 수혈받고, 그 동안 상품을 판매했던 성과급까지 받는다. 미국의 문제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유럽, 아시아를 가리지 않고 모든 국가들을 침공했다.

승리는 했지만 주인공들의 쓴맛은 없어지질 않는다. 5조 달러가 증발했고, 800만명이 실직했다. 탐욕에 의해 또 다시 반복될 역사가 그려지는 그런 영화였다. 과연 이 복잡한 금융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