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잠재력을 완전하게 해방시킬 수 있다면?

유명한 도시전설 중 하나가 바로 우리가 평소에 뇌를 10% 정도 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뇌는 언제나 100%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10%만 쓰인다는 말은 뇌과학적으로는 완전히 틀렸지만, 이 전설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대부분 알고 있다.

기억력, 판단력 등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천재적인 능력이 발휘되는 것이 100%라는 의미고, 우리 일상 생활에서 이런 능력을 얻고 싶다는 뜻에 가까울 것이다.

인간의 뇌를 활성화 시키는 방법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가장 기본적이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반복된 연습과 훈련이라는 정직한 방법이 있다. 명상과 같은 훈련을 통해 뇌 기능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외부적인 기기나 약물을 사용하는 처방이 있다. 뇌 기능의 조절을 위해 약물을 처방하는 방법은 실제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역시나 이게 일상화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중독성과 같은 파괴적인 성격 때문이다.

많은 영화와 같은 창작물이 이런 '약물'에 의한 뇌의 발달에 대해 이야기 하곤 하지만, 그 위험성에 대해 경고를 잊지 않고 있다. 이 영화 <리미트리스>는 그렇게 시작한다.

약 한 알이면 특이점이 온다!

주인공인 에디 모라(브래들리 쿠퍼 배우)는 거의 반쯤 폐인으로 살고 있는 무능력한 작가였다. 마감 시간이 다 되고 있어도 글을 완성하지 못하고 애인에게 버림을 받을 뿐 아니라 집 주인에게도 항상 갈굼을 당한다. 그러던 상황에서 우연하게 NZT48이라는 약을 얻게 된다.

그렇게 얻은 NZT48을 한 알 먹자마자 그의 뇌에서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갑자기 모든 일에 능력이 생기기 시작하고, 비상한 기억력과 더불어 작가로서의 창작력도 극에 달하게 된다. 대사 그대로 '명석함'이 마구 넘치다가 다음날 약효가 사라지자 평범한 상태로 돌아오게 된다.

이 특이점이 찾아온 순간을 제대로 겪고 난 후, 엄청난 후회가 찾아온다. 이 약을 더 얻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 하고 고민을 한다. 그리고는 약을 처음에 가져다준 친구를 찾아가게 된다. 친구의 부탁을 잠시 들어주려고 나갔다 온 사이, 친구는 살해당하게 된다. 그리고 운 좋게도 사건 현장에서 NZT48을 잔뜩 얻게 된다.

폭주 기관차에 문제가 발생한다.

에디는 약을 신나게 먹으면서 미친듯이 폭주한다. 하고싶은 걸 다 하면서 신나게 돈을 쓸어모으기 시작한다. 특히 주식투자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렇게 모든 능력이 성장하면서 신나는 시간을 보내는 것도 잠깐, 갑자기 어마어마한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약을 먹고 나면 기억이 사라지고, 중간중간 어떤 행동을 하는지 모르는 블랙아웃 증상들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뇌를 엄청나게 사용하는 약 때문에 발생하는 부작용이 목숨을 위협하기 시작하면서 그의 인생도 꼬이기 시작한다. 약을 이용해 얻은 기회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하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돈을 빌렸던 러시아 마피아까지도 이 약에 맛이 들려서 에디를 위협하기 시작한다.

약을 노리는 사람들과 약을 뺏기지 않으려는 싸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에디는 결국 살아남는다. 그리고 그 간 모은 돈과 쌓은 실력으로 정치인이 된다. 제약실험실을 통해 약의 부작용을 줄이고 남은 인생을 즐겁게 살아가기 시작한다.

클리셰를 살짝 빗나간 통쾌함

<리미트리스>는 이런 '능력을 부여받는' 스토리에서 종종 보이는 클리셰를 살짝 비틀어낸다. 보통 이런 가공할 능력을 부여받는 경우에는 이 능력에 의해 고통을 받고, 다시 평범한 삶을 갈구하는 내용을 넣는다. 이 영화에서도 주변 인물들이 에디의 약물 사용을 알고 나서는 모두 그만 두라고 충고한다. 그게 너를 파괴할 거라고 경고하면서.

하지만 <리미트리스>에서는 그 클리셰를 살짝 비튼다. 주인공은 자신의 재력과 발달한 두뇌를 최대한 활용하여 약의 성분을 카피하였고, 새롭게 조합한다. 게다가 부작용을 없애서 그 약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한다. 보통 이런 능력을 남용하다가 사라지거나 일상 생활로 돌아가지만, 에디는 달랐다. 자신의 인생을 최대치로 즐기기 위한 방법을 또 만들어내고 그 방향으로 직진한다.

이 영화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비슷한 내용을 보여주는 영화들은 가끔씩 있었지만, 결말의 클리셰는 살짝 비틀어서 새로운 영화로 탄생한 것이다. 아쉬운 점은 이 약이 어떻게 처음 개발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아서 이 약의 정체가 굉장히 모호하게 마무리 된다는 점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NZT48은 ADHD치료에도 사용하는 도파민 조절 계열 약물과 흡사한 기전을 보인다. (물론 그런 약을 먹는다고 해서 영화같은 능력이 나오진 않는다.) 아마 영화의 작가가 그런 약물을 염두에 두고 쓴 것으로 보인다. 당신에게 이런 약이 주어진다면 어떨까? 먹을까? 아니면 버릴까? 매트릭스의 빨간약, 파란약 질문 이후에 가장 어려운 질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