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성공신화의 역사

Fast Food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 맥도날드(McDonalds). 현재 전 세계 37,000여 개의 매장이 운영되고 있고, 이 시간에도 수 많은 사람들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는 거대 기업. 이 영화는 세계 최대의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날드의 창립 역사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다. 성공 신화의 역사에는 언제나 아름다운 포장도로만 비춰진다. 하지만 이 영화는 덜그럭거리는 비포장 도로를 비춘다. 맥도날드의 창업을 제대로 시킨 나쁜 놈, '레이 크록(마이클 키튼 배우)'의 사업 이야기 <파운더(The Founder)>다.

패스트푸드 시스템의 탄생을 목격하다

영화의 배경은 1950년대, 2차대전과 한국전쟁의 상흔이 아직 채 가시지 않은 미국. 잡다한 주방용품을 파는 방문판매 영업사원이었던 레이 크록은 오늘도 열심히 믹서를 팔러 다니고 있었다. 그는 제품을 들고 식당을 방문해서 '이거 한 대 들이십쇼' 하며 영업하던 나이든 영업사원이었는데, 그 마저도 시원치 않았다.

차로 몇 시간씩 돌아다니며 영업을 하던 그가, 어느 날 여섯 대의 믹서 주문을 받고 한 식당을 찾아간다. 그냥 한 대도 아닌 여섯 대라는 많은 주문에 신나기도 하면서 그 식당이 궁금했던 그는 방문했던 식당에서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는다. 주문을 하자마자 바로 음식이 나오는 기적을 목격한 것.

1950년대 미국에서도 햄버거는 지금과 같은 음식이 아니었다. 주문이 들어오면 그제서야 패티를 굽고 빵에 채소와 패티를 얹어서 내놓는 '요리'였다. 휴게소 같은 작은 식당이라고 하더라도, 음식을 한 번 주문하면 2-30분을 기다리는 것은 보통이고 주문 실수도 잦았다. 그래서 그는 주문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따끈한 버거와 프라이를 꺼내 주는 점원을 보면서 말한다. "이게, 내가 주문한 음식이라구요?" 주문을 받는 점원 역시 웃으면서 말한다. "네, 이게 지금 당신이 방금 주문한 음식입니다"

레이는 그 날, Fast-Food System을 처음으로 목격한 것이다.

장사에서 사업으로

맥도날드 레스토랑은 리차드 맥도날드(닉 오퍼맨 배우), 모리스 맥도날드(존 캐럴 린치 배우)가 만든 식당이었다. 그 중에서도 꼼꼼한 분석가인 리차드의 연구 끝에 '가장 효율적인 동선'과 '표준적인 레시피'로 음식을 만들어서 빠르게 공급하고, 고객이 알아서 남은 테이블을 치우는 현재의 '맥도날드 매장'에 가까운 형태를 구상해냈다. 그 덕분에 맥도날드 레스토랑은 이미 그 동네에서 '핫플'이 되어 있었고, 레이가 방문했을 때에는 쉐이크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해 믹서기를 주문했을 때 였다.

시스템이 갖춰진 맥도날드 레스토랑을 보며 레이는 두 형제에게 프랜차이즈로 확장하자는 제안을 한다. 끈질긴 레이의 구애 끝에 맥도날드 형제는 자신들이 사실상 '갑'인 계약서를 작성하고 레이와 프렌차이즈 사업을 시작한다. 이미 쉰이 넘었던 레이는 자신의 영업사원 인생동안 모은 모든 돈을 털어 사업의 확장에 힘을 쓴다. 드디어 맥도날드 레스토랑이라는 '장사'가 '사업'으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당장 성공할 것 같았던 레이는 사업이 진행되면서 맥도날드 형제와 갈등을 빚기 시작한다. 보수적인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가게를 운영하던 맥도날드와 빠른 확장을 원하는 레이 사이에는 크나큰 간극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맥도날드 형제가 갑인 계약서가 존재하는 이상, 레이는 항상 뒤로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사업에서 진정한 사업으로

사업이 확장되는 것만큼 돈이 들어오지 않아 고생하고 있던 레이에게 해리 소너본이라는 사람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는 레이가 맥도날드 형제와 갈등을 빚는 상황을 보고서, 이 상황을 타개할 조언을 해준다. 바로 '부동산 업'으로의 변경이었다. 땅을 사서, 거기에 맥도날드 매장을 입점시키고 거기에서 임대료를 받는 회사로 탈바꿈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거기 입점한 가맹점들에게 '품질관리'라는 명목으로 퀄리티를 충족하지 못하면 퇴출시켜버리는 방식으로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것이었다.

결국 이를 통해 맥도날드 형제와 레이는 완전히 갈라서게 된다. 레이는 이 와중에도 맥도날드 프렌차이즈 전체를 자신의 손에 넣고, 맥도날드 형제에게 270만 달러의 돈을 주면서 떠나게 한다. 패스트푸드 시스템과 그들의 이름은 그대로 남겨둔 채로. 맥도날드 형제가 우리 시스템과 우리 레시피로 창업한 주제에, 넌 뭘 가지고 왔냐고 따지자 레이는 'Concept of Winning(이기는 법)'을 가지고 왔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맥도날드 형제에게 270만달러의 합의금을 건네는 레이에게 리처드가 물어본다. "그냥 이 시스템을 훔치면 되지 않았느냐?" 라고. 그러자 레이의 대답이 가장 인상적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주방을 보여줬겠지만, 그 사람들에겐 없었어. '맥도날드'라는 이 미국적인 이름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맥도날드'라는 간판을 내리는 맥도날드 형제와, 그 바로 길 건녀편에 세워지는 '맥도날드 샌버나디노 점'을 보여주며 끝이 난다. 자신의 이름을 뺏기고 밀려나는 형제를 보며 여러 생각이 들게 되는 결말이다.

보는 사람이 각자 다른 느낌을 받는 수작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맥도날드 이름을 뺏어갔지만 성공시킨 '레이'는 나쁜 사람인가? 이름은 뺏겼지만, 사업이 크지 못하도록 붙잡아 둔 '맥도날드 형제'는 좋은사람인가? 이 영화에서 레이와 맥도날드 형제는 둘 다 선/악 이라는 잣대로 평가할 수 없는 인물들이다. 맥도날드의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고지식했던 형제도 결코 좋은 사람들은 아니었고, 맥도날드를 홀랑 가져갔지만 엄청난 영업력을 보였던 레이도 나쁜 사람만은 아니었다.

사업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 영화가 상당히 재밌다. 특히 레이의 입장에서 재밌다. 어떻게 사업을 확장하는지 보여주고, 이와 비슷한 비지니스 아이디어들을 얻을 수도 있다. 특히 마지막 레이의 대사인 '그 이름이 필요했다'라는 말에서 전율을 느낀다. 브랜드 파워에 대한 통찰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을 하지 않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잔혹한 레이의 모습을 보며 끌끌 혀를 차게 된다. 게다가 모든 것을 다 뺏기는 맥도날드 형제를 보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저런 악독한 사업가를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다짐을 하게 된다.

남녀관계에 집중해서 보게되면 중간에 등장하는 레이와 그의 부인, 그리고 새로운 여자를 만나는 과정이 또 흥미롭다. 만년에도 사업을 통해 성공하려는 남자와 이런 것이 불편한 부인, 그리고 성공과 함께 찾아온 새로운 여자. 이들의 심리묘사도 만만치 않게 잘 표현되어 있다.

이 영화는 레이 크록의 맥도날드 사업 인수의 역사를 그리면서 인간 군상의 다양한 측면을 흥미롭게 그려낸 수작이다. 한 번쯤은 시간을 내서 볼만한 작품이다. 옛날 배트맨이었던 마이클 키튼의 표독스러운 연기도 영화의 재미를 끌어올리는 데 한 몫 한다. 이 후, 이런 표독스러운 모습이 <스파이더 맨>에서도 자연스럽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