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진중한 표정으로 어두운 007요원을 연기했던 대니얼 크레이그. 그의 연기가 돋보였던 Knives Out 의 두 번째 이야기가 Glass Onion으로 돌아왔다. 개인의 취향에 따른 호불호가 있겠지만, 상당히 마음에 드는 영화였다.
Glass Onion, 2022
추리극 영화의 반가운 귀환
반복하여 만들어지는 셜록 홈즈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서양 문화에서 추리극의 비중이 새삼 높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무래도 코넌 도일이 배출한 '셜록 홈즈'라는 걸출한 슈퍼 캐릭터가 있기 때문에, 그들의 긍지가 높다고 표현하는 쪽이 좋을 듯 하다.
나이브스 아웃 시리즈는 명탐정이 등장하여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셜록 홈즈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2019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어 꽤나 인기를 끌었던 <나이브스 아웃: Knives Out >은 명탐정 브누아 블랑이 돈 많은 소설가의 유산집행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거기다 명 배우들의 연기로 영화의 완성도는 더욱 높았다.
2022년 연말 넷플릭스에 공개된 <글래스 어니언: Glass Onion, A Knives Out Mystery>은 이 독특한 모던 추리극이 다시금 돌아왔다는 점에서 상당히 반갑다.
글래스 어니언
영화는 상당히 정신없게 전개된다. 많은 정보들이 빠르게 던져지고, 섞인다. 그러다가 세계적인 부자 마일스 브론(에드워드 노튼 배우)이 자신의 친구들을 초대한 개인 파티에 명탐정 브누아 블랑(대니얼 크레이그 배우)이 나타나면서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된다.
파티의 주최자인 마일스는 친구들과의 추리게임을 하기 위해 친구들을 초대했지만, 세계적 명탐정이 갑자기 그 자리에 나타난 것이다. 마일스는 이것 또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블랑을 정식으로 초대하고 게임을 시작한다.
마일스의 파티는 '살인사건 해결'이라는 테마로 진행되는 게임이었다. 주말동안 자신의 섬에서 친구들과의 친목도모를 하면서도 묘한 행동들을 한다.
마일스의 친구들은 마일스와 함께 사업을 하거나, 마일스의 도움으로 그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었다. 과학자, 트위치 100만 팔로워 스트리머, 주지사, 연예인 등 쟁쟁한 인물들이 모두 마일스와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블랑은 여기서 기묘함을 느끼게 된다. 그 친구들 모두가 마일스의 도움을 받았지만, 동시에 마일스를 죽이고도 싶어하는 이유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후 벌어지는 사건들과 그 이면을 다루면서, 초반에 정신없게 전개되었던 장면들을 모두 회수하기 시작한다. 영화 초반에 던져졌던 정보들이 상당수가 떡밥이었던 셈.
이 떡밥의 전개와 회수가 여전히 경쾌하고 재밌으면서도, 배우들의 열연으로 균형있게 마무리 된다. 이 내용들을 확인하고 싶다면, 직접 확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요즘 시대 부자의 표상 - 마일스 브론
주요 인물인 마일스 브론은 마치 요즘 시대의 부자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심각한 일 중독이면서도, 과감하게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며 거대한 부를 일군 사람이다. 상속받은 부가 아니라 그가 일군 부를 과시하는 모습이나, 자신의 성공을 바탕으로 다른 친구들의 일을 성공시켜가는 과정 역시 요즘 시대의 비지니스 형태를 보여준다.
어쩌면 영화의 감독과 작가들이 최근의 세태를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이런 스토리라인을 넣은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마일스는 과연 무엇을 잘 했길래 부자가 되었는가? 유명하기 때문에 유명인이 되었다라는 것처럼 자가증식하는 관계로 만들어진 독특한 인물이다. 세계의 유명한 부자들의 모습을 많이 차용한 듯한 느낌들이 든다.
그래서 이 영화 내내 마일스 브론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를 주기도 한다.
까메오 배우들과 재미있는 뒷이야기들
<글래스 어니언>에는 상당히 많은 까메오 배우들이 출연한다. 얼굴이 잘 알려진 배우로는 '휴 그랜트'도 있지만, 그 외에 잠깐씩 지나가는 배우들이 많다. 심지어 조셉 고든 래빗과 에단 호크도 등장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이런 배우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한 편이다.
전작인 <나이브스 아웃: Knives Out>은 4천만 달러(약 400억원)의 제작비로 전 세계에서 3억 달러(약 3천억원)를 벌어들였다. 10배에 가까운 대박을 친 셈이다. 이 덕분에 1편의 주연배우였던 대니얼 크레이그에게 1억 달러(약 1천억원)를 주면서 두 편의 시리즈를 더 제작하기로 결정되었다. 그 덕분에 대니얼 크레이그를 한 번 더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오랜만에 돌아온 추리극 덕분에 즐거운 영화시간을 가졌다. 다음 편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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