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연말 한국 드라마를 뜨겁게 달구는 마지막 작품이 될 뻔 했던 <재벌집 막내아들>이 12월 25일 최종화로 마무리 되었다. 현재 많은 시청자들이 원망(?)을 하고 있는데, 원작 웹소설과 어떤 점이 달랐는지 살펴보자.
웹소설 <재벌집 막내아들>
웹소설계에서는 '재벌 관련 이야기'의 거의 시초격으로 평가받는 작품으로, 326화로 구성된 상당히 호흡이 긴 작품이었다. 현재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총 5권 분량의 책으로 출판되었다. 드라마화와 더불어 다시 인기를 얻으면서 네이버 시리즈 등에서 다시 인기를 얻기도 하였다.
한국의 유명 기업인 삼성, 현대, 효성 등 재벌기업 가문들의 일화를 바탕으로 구성된 이야기들이 많다. 그래서 등장인물, 기업, 상황 등이 실제 사례와 유사한 경우가 많다. 이름을 바꾸거나 한 세부적인 내용 외에, 드라마와 원작의 차이점을 몇 가지 짚어본다.
1. 원작과 드라마의 차이점: 선문답 같은 심도있는 대화
원작에서 등장하는 인물들 간의 대화는 조금 무거운 느낌이 있다. 이런 점은 아무래도 무협지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특히나 진양철 회장이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들은 두 세번 가량 생각하며 들어야 알아들을 정도로 내용이 꼬여있는 경우들이 있다. 원작에서는 자신의 경쟁자인 '주영일 회장'과의 대화나 이학재 비서와의 대화에서 그런 특징이 더욱 도드라진다.
소설 원작에서는 이러한 대화가 진중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진양철 회장이 던지는 메세지를 바로 캐치하는 어린 진도준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진도준은 40대의 지식과 마인드로 10대의 몸으로 돌아온 상태이기 때문에, 진양철 회장이 던지는 어려운 메세지를 바로 알아듣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진도준은 다른 사촌형제에 비해 진양철 회장의 눈에 들기 시작한다.
드라마에서는 이러한 느낌을 다 살리지는 못한다. 아무래도 드라마라는 한계도 있고, 대화의 맥락이 너무 깊어지다보면 시청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대화는 진도준이 부각되는 분위기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보니 약간 더 넣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2. 원작과 드라마의 차이점: 비중이 높아진 진성준
제목이 <재벌집 막내아들>인 것이 무색하게, 주인공인 진도준은 재벌집의 막내손자다. 그래서 사실 일반적인 가업의 승계에 있어서 윗 항렬인 큰아버지들과 대결을 하는 상황은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사촌들과의 경쟁에서 완벽하게 우위에 서야 적어도 '겸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작에서는 진성준을 비롯한 순양일가 3세들이 대부분 엉망진창인 삶을 사는 것으로 그려진다. 진영기 회장의 장남인 진성준은 그룹 총수가 당연히 자신에게 되물림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진도준을 구슬리긴 한다. 하지만 드라마에서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원작에서는 그저 오만하고 멍청해서, 진도준에게 찍소리도 하지 못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3. 원작과 드라마의 차이점: 사이좋은 할머니
드라마에서 진양철 회장과 진도준을 해 하려던 할머니를 보고 시청자들이 놀라기도 했다. 왜냐하면 드라마 처음부터 할머니는 진도준에게 굉장히 나긋한 분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진도준의 아버지 진윤기가 배다른 자식임에도 불구하고 똑같이 마음을 쓰며 키운 좋은 사람으로 등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편과 손자를 죽이려던 할머니의 존재가 더욱 반전을 불러 일으키긴 했지만, 이 역시 원작과 사뭇 다르다.
원작에서 할머니는 굉장히 안하무인격인 사람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한국에서만 지내는 사람이 아니라, 재벌가의 이름을 이용해 미술품을 사고 팔면서 비자금을 조성하는 똑똑한 인물로 나온다. 진양철 회장은 자신의 사고 배후에 부인이 있다는 것을 알고서 진도준에게 '할머니를 미워하지 말라'고 계속 당부한다. 즉, 원작에서는 진도준을 끔찍하게도 싫어해서 사고를 내는 장면이 반전이 아니라 '그럴싸한 장면'이 된다.
4. 원작과 드라마의 차이점: 루프가 되어버린 '윤현우'의 존재
원작에서 어린 진도준은 자신의 기억 속의 집으로 본인을 찾아간다. 하지만 거기엔 '윤현우'가 없었다. 즉, 윤현우가 태어나지도 않고 완전히 존재가 소멸된 셈. 그래서 그때부터 진도준은 자신의 과거에 대한 집착을 끊고, 자신의 능력으로 순양가를 차지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할아버지인 진양철 회장과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는 장면들이 점차 나온다.
드라마에서의 윤현우는 똑같이 존재하고, 심지어 마지막 차사고 이후 다시 윤현우는 제자리로 돌아온다. 이 설정 때문에 드라마의 내용은 좀 많이 꼬이게 되었다. 진양철 회장 사후에 집필된 자서전에 진도준이라는 존재가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윤현우 팀장이 이를 모른다는 설정도 망가져 버린다. 게다가 윤현우 팀장이 진도준의 사망에 관여했으면서도 비서실에 근무를 시작하며 '어릴 때 사망해서 몰랐다'라고 했던 내용과도 전면 배치된다. 즉, 이 설정 하나가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를 완전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셈.
다른 부분에서도 많은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결국 윤현우라는 존재가 사라지지 않고 다시 드라마의 결말에 나타나버려서 원작의 주제의식까지 완전 소멸해버리고 말았다.
원작이 워낙 장편이기 때문에 드라마에 쉽게 담아내긴 어렵다. 그랬다면 차라리 시즌제로 좀 더 길게 가져갔거나, 내용을 제대로 전달했어야 맞다고 본다. 이번 <재벌집 막내아들> 드라마의 경우에는, 그저 이성민과 김신록 배우의 승리가 아닐까 싶다. 아쉬운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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