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과 시놉시스로는 2022년 마지막 기대작이었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그만큼 큰 법. 나의 기대가 너무 크지 않았나 싶다.
최초의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K-드라마
넷플릭스, 왓챠, 티빙 등 수 많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범람하고 있는 요즘, 오리지널 콘텐츠로 승부를 보려는 움직임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경우에는 예능프로그램으로 승부를 보고 있고, 넷플릭스는 역시나 영화와 드라마로 승부를 보고 있다.
디즈니 플러스는 한국에 진출할 당시 마블, 디즈니, 픽사 등 압도적인 콘텐츠로 치고 들어올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파괴력이 약했다. 아무래도 디즈니 플러스에 있는 콘텐츠는 대부분 극장에서 한 번 보고 온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시보기를 위해 1년에 10만원 가량을 내는 것은 부담이긴 하다. 디즈니 플러스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없다면, 사실 이걸 굳이 봐야하는지 의문이 들긴 했다. 디즈니 플러스는 이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오리지널 드라마를 공개한다고 설레발을 쳤다. 그리고 그 드라마가 며칠 전에 공개됐다.
주인공은 최민식, 손석구. 거기다 제목은 '카지노'. 감독은 <범죄도시> 시리즈로 유명해진 강윤성 감독. 필리핀을 배경으로 하는 느와르물이라 예고편부터 상당한 주목을 하게 만들었다.
3화까지 공개된 에피소드 - 아직 전체적으로 빈약하다.
12월 21일 에피소드 3화까지가 공개됐다. 주인공인 차무식(최민식 배우)이 성장하고 몰락하는 과정까지를 다루고 있다. 첫 장면부터 필리핀에서의 청부살인 장면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임팩트가 상당하다. 필리핀 경찰에 붙잡힌 무식이 자신의 일대기를 이야기하기 시작하며 에피소드는 과거로 회귀한다.
1화부터 3화까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스토리가 전개된다. 무식은 어릴적 고생을 하며 성장하고 영어학원을 차리고 살다가, 우연하게 얽히게 되는 후배 때문에 사설 카지노 사업에 손을 대게 된다. 그러다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으며 한 순간에 사업이 날아가게 되고, 무식은 필리핀으로 도피하게 된다. 이후 필리핀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장면까지가 3화까지의 대략적인 스토리.
전체 16화 중에서 3화가 공개 되었기 때문에, 아직 전개될 스토리는 많이 남아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에피소드에서 느껴지는 문제점들이 좀 있는 편이다.
1) 지지부진한 내용 전개
그간 히트를 했던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 <DP>, <수리남>과 같은 드라마들이 6부작 정도인 걸 감안해볼 때 스토리의 진행이 상당히 더디다. 차무식이라는 인물 자체가 반건달에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인물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이 스토리가 좀 두서없이 연결된다. 그리고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묘사가 빈약한 편이라, 이 내용을 모두 '과거'에서 가져오려고 하다보니 스토리 진행을 잡아 끌고 있다.
강윤성 감독의 인기작이었던 <범죄도시>를 생각해보자. 인물간의 관계묘사는 상황을 통해 보여주며 바로 진행한다. 형사와 정보원의 관계가 세세하게 드러나지도 않고, 그냥 '그러려니'하며 넘어갈 수 있도록 모두 정리가 된다. 하지만 <카지노>에서는 에피소드의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 이런 긴박함이 없다.
영화 초반에 벌어지는 청부살인장면의 임팩트를 바로 꺾으면서 시작되는 차무식의 나레이션은 마치 <범죄도시>에서 <국제시장>으로 급선회를 하는 느낌이 든다. 인물에 대한 설명들이 마무리 된 이후에는 스토리 전개가 조금 더 빠르게 진행된다면 좋겠다.
2) 생각보다 많은 고증오류
드라마를 보다보면 중간중간 소품이나 고증에서 오류가 등장한다. 요즘 7-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워낙 많기 때문에 소품이나 배경의 고증은 상당히 잘 되어 있다. <재벌집 막내아들> 역시 디테일하게 시대적 배경을 보여주기 때문에 몰입이 쉬운 편이다.
하지만 <카지노>의 경우 소품 오류가 조금씩 눈에 띈다. 2001년 무식의 카지노가 국세청 조사를 받을 때 사용한 이름이 '7080 주점'인데, 이 단어는 2003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량이 많아진 단어다. 즉, 2001년에 7080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가 조금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1980년대 무식이 담임선생님(진선규 배우)의 집을 방문했을 때에도, 아파트의 복도 세트는 그럴듯 했지만 아파트 내부는 너무나 현대식이었다.
사실, 이런 디테일한 것까지 신경쓰기가 어렵다는게 사실이지만 이런 디테일을 놓칠 때 느껴지는 단절감이 몰입을 막는다는 사실은 어쩔 수 없는 듯 하다. 이런 부분은 점차 현대 스토리를 다루면서 달라질 것으로 보이긴 한다.
3) 캐스팅 미스
사실 이 드라마 전체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바로 캐스팅 미스가 아닐까 싶다. 내용의 전개가 지지부진해지는 이유도 아역-청년-현재로 이어지는 인물들의 싱크가 잘 맞지 않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최민식 배우에 대한 기대가 가장 컸지만, 그로 인해서 드라마의 밸런스가 무너지는 느낌이다.
극 중 차무식과 박종현은 탁아소 시절부터 친구인 것으로 나오는데, 이 둘의 아역-청년-현재역 배우들의 결이 사실 잘 맞지 않는다. 최민식 배우와 이문식 배우, 그리고 이규형 배우와 서윤혁 배우 둘 다 각각의 배역으로 연결되는 느낌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둘이 친구라는 사실 자체가 어색하다.
최민식 배우(1962년 생)와 이문식 배우(1966년 생) 모두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들이고, 이들의 나이 차이 등은 너무 분명하게 느껴지는 터라 두 사람이 친구라는 설정 자체가 어색해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두 사람이 좀 더 젊은 시절이었다면 그 어색함이 덜 했을 수도 있지만, 드라마에서 느껴지는 '친구같지 않은 느낌'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 외에도 여러 부분에 캐스팅이 아쉽다는 생각이 없어지지 않는다. 특히나 너무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하다 보니, 그들의 연기가 과거의 캐릭터들과 오버랩되는 부분도 많다. 즉, 미스 캐스팅이라는 말은 배우들의 연기력에서 오거나, 배우 스스로의 과거 캐릭터 때문에 무너져버리는 밸런스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겠다.
결국 이 캐스팅 미스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채워넣을 것은 배우들의 '연기력'과 '스토리'다. 에피소드 3개로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캐스팅, 연기력 그리고 스토리 세 가지가 아직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차후 기대되는 액션과 배우 그리고 리얼리티
아직 에피소드는 3개 밖에 공개되지 않았고, 남은 에피소드들은 많다. 실망스러운 부분도 많긴 했지만, 기대가 되는 부분도 분명 있다. 먼저 순간순간 터져나오는 '잔인한 액션'이다. 이는 강윤성 감독의 <범죄도시> 시리즈에서도 보이는 부분인데, 영화 자체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갑자기 잔인한 장면을 리얼하게 보여줌으로서 시선을 끄는 연출이다. <카지노>에서는 유리잔이 깨지는 장면이라거나, 드라이버로 공격하는 장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장면들을 맥락없이 계속 던진다면, 그저 자극적인 장면만 기억에 남는 역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아직까진 괜찮은 수준으로 연결되고 있다.
음주운전 논란으로 <범죄도시 2>에 출연하지 못했던 홍기준 배우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카지노>에서는 필리핀 교포이면서 갱 활동을 하고 있는 이상구로 등장하는데, 드라마에서 배역에 비하여 가장 눈길을 끄는 역할이 아닐까 싶다. 추후 어떤 역할로 연결될 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에피소드에서 기대가 크다.
남은 15개의 에피소드를 계속 볼지는 미지수다. 여기서 지적한 부분들을 잊어버릴만큼 점차 괜찮아진다면, 남은 에피소드들도 지켜볼 생각이다. 그 동안 강윤석 감독이 보여주었던 균형있는 리얼리티를 잘 살려낸다면 괜찮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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