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영화를 보면 '쫄깃'하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를 보다보면 쫄깃하다는 느낌이 있다. 쫄깃하다는 느낌의 의미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류승완 감독의 영화에서 느껴지는 '쫄깃함'은 온 몸이 긴장되는 느낌에 가깝다. 이걸 바꿔 말하자면 불편한 느낌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들은 액션 씬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편이다. 액션 씬에 있어서도 최대한 리얼하게 연출한다. 그리고 중간중간 굉장히 불편한 장면들이 나온다. 우리가 평소에 생활하면서 느꼈던 통증을 기억하게 만드는 액션씬들 덕분이다.

<부당거래>라는 영화에서는 최철기 (황정민 배우) 반장이 자기 후배의 뺨을 사정없이 때리는 장면이나, 장석구(유해진 배우)를 인정사정 없이 패는 장면이 그렇다. 그의 작품이었던 <짝패>에 등장하는 액션 장면 중에서도 '칼에 손이 베이는 장면'이나, <베를린>에서 주인공이 달려가다가 넘어지면서 파이프에 찍히는 장면 등도 그렇다. 내가 직접 경험한 통증은 아니지만, 어떤 통증인지 알 것 같고, 온 몸이 움찔하는 체험을 하게 한다. 이런 점에서 류승완 감독은 액션감독으로서 상당한 능력자라고 볼 수 있다.

<부당거래>에서 시작된 '통쾌한' 스토리 구조

<짝패>, <부당거래>, 그리고 <베테랑>에 이르기까지, 그의 영화에서 연결되는 스토리는 '권선징악'과 비슷한 형태의 내용들이다. '나쁜 놈들'이 있고, 이들에 대해 응징하는 내용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다. 아주 단순하지만 관객들에게는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서사다.

비리검사의 기준을 보여주는 주양(류승범 배우)

<짝패>에서는 온양이라는 동네의 개발을 진행하는 조폭을 응징하고, <베테랑>에서는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하는 재벌2세를 응징한다. <부당거래>에서도 비리검사와 비리경찰을 응징하는 구도가 펼쳐진다. 그의 영화에서 드러나는 서사는 매우 단순하지만, 여전히 관객들에게는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내용이다. 단순하다고 비난(?)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서사이기 때문이다.

류승완 감독은 <부당거래>의 흥행을 시작으로 메이저 감독의 반열에 올라섰다. 어쩌면 <부당거래> 영화를 통해 얻은 경험을 통해 본인만의 흥행공식을 만들어낸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스토리는 단순하게, 액션은 시원하게. 그리고 약간의 코믹함을 더하기.

통쾌한 스토리에 남아있는 찜찜함

<부당거래>에서 느껴지는 통쾌함은 살짝 불편함을 남긴다. 코믹한 요소가 많았던 <베테랑>과는 다른 결이다. 액션에 집중했던 <짝패>와도 전혀 다른 결이다. 비리를 비리로 덮어가는 내용들이 연결되면서, 극 중 인물들이 서로를 믿을 수 없는 상황이 진행되다 보니,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찜찜함이 남아있게 된다.

자신의 승진을 위해 동료를 버리는 최철기 반장이라는 캐릭터를 보면 그 불편함이 극에 달한다. 보통 영화를 보다보면,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결국 '악역'이 되기 때문에 그의 최후가 통쾌하면서도 안쓰러움을 느끼게 한다. 이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생겨나기 때문에 '불편한' 기분이 들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만만치 않게 나쁜 놈이었던 주양 검사가 너무나도 별일없이 마무리 되는 장면을 보다보면 그 찜찜함이 극에 달하면서 영화가 마무리 된다.

이 찜찜함을 통해 류승완 감독이 말하고 싶은 바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인간의 본성에 대한 것이 아닐까 싶다. 욕심을 내려놓지 못하는 인간의 본성 때문에 자꾸 실수를 하게 되고, 그 실수를 덮기 위해 또 다른 무리수를 두게 되는 것이다.

류승완 감독의 작품들은 그래도 챙겨보는 편이다. 최근 영화인 '모가디슈'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그가 보여주는 사실적인 액션과 단순한 서사는 한국영화에서 독보적이라 평가할 수 있겠다.